이 연구 결과는 ‘감사 격차(gratitude gap)’의 존재를 보여준다. 직원들은 삶의 3분의 1가량을 보내는 직장에서 더 많은 감사를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막상 직장에서 원하는 만큼의 감사를 받는 일은 드물다.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표현에 인색하고, 어려운 시기일수록 넉넉한 인심이 오가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에서 감사를 주고받는 것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일부 기업들은 감사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업무용 메신저인 슬랙에 ‘감사’ 또는 ‘칭찬’ 채널을 개설하거나 사업 목표 달성을 위한 조치에 대해 직원 간 감사를 장려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연구에 따르면 똑같이 감사를 표현하더라도 사람들이 업무를 수행한 후에 하는 것은 효과가 적었다.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감사를 표현하는 것만큼의 회복탄력성과 인내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연구진은 미국 온라인에서 단기 계약으로 일하는 노동자인 ‘긱 워커(gig worker)’를 대상으로 두 가지 후속 실험을 실시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331명의 참가자에게 풀 수 없는 단어 연상 퍼즐을 풀기 전과 후에 감사를 표시했다. 그 결과 과제 전에 감사를 받은 그룹은 실패하더라도 해당 과제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다고 느꼈다. 두 번째 연구는 330명의 새로운 피험자에게 풀 수 있지만 어려운 기하학적 퍼즐을 주고 긍정적인 정서의 효과를 테스트했다. 이 경우에도 역시 미리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참가자들의 어려운 과제로 인한 부정적인 감정을 줄여줬다.
그렇다면 리더는 어떻게 하면 의미 있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사전에 감사를 표현할 수 있을까. 네 가지 단계를 따르면 된다. 첫째, 직원의 고통, 어려움 또는 불쾌한 감정을 예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과 함께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일까지 인식해야 한다. 직원 입장에서 어떤 일이 고통스럽거나 어려울 수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문제의 징후를 포착한다면 문제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상황을 무마하거나 사소하게 여기는 대신 주어진 정보를 활용해 예리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둘째, 진심 어린 감사를 표현해야 한다. 감사가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대상에게 맞춰져 있어야 하고 일반적이지 않아야 한다. 또한 직원의 행동이 왜 중요하고 영향력이 있는지를 명시적인 단어로 설명해야 한다. 진정한 감사를 표현할 때는 비록 상황이 어렵고 괴롭더라도 그들의 행동이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들의 기여가 조직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셋째, 상황 종료 후 확인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아무리 진심이 담긴 사전 감사라고 해도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일이 끝난 후 “어떻게 진행됐는지 말해 주세요”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와 같은 개방형 질문을 던져야 직원들을 더 잘 이해하고 직책의 고충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
넷째, 감사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전 감사는 사람들이 집단적 사회적 가치를 강하게 느끼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 감사를 받은 이들은 자신이 팀의 소중한 일원이며 업무가 어려울 때에도 팀에 기여하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관리자가 미리 감사를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원들이 다른 팀원에게, 나아가 상사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를 표현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업무는 힘들고 괴로운 일의 연속이다. 기업에서 일선 직원들이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즉시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사전에 미리 인정할 수는 있다. 다른 사람의 노력을 예상하고 미리 인정하는 ‘사전 감사’만으로도 직원들의 감정을 위로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디지털 아티클 ‘미리 하는 감사가 더 효과적이다’를 요약한 것입니다.
후리아 자지에리 미국 샌타클래라대 경영대학원 조교수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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