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금광'이라던 의료데이터, 활용은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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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톡]'금광'이라던 의료데이터, 활용은 제자리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의료 경쟁력 뒤에는 방대한 의료 데이터가 있다.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 전자의무기록(EMR)을 도입했고 국민건강보험이라는 탄탄한 단일 보험 체계도 갖췄다. 병원에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규모의 진료 데이터가 축적돼 있다. 업계에서 한국 보건의료 데이터를 '금광'에 비유하는 이유다.

하지만 정작 이 금광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은 각자 의료용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해 쓰고 있다. 데이터 형식이 병원마다 다르고 기관 간 공유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EMR를 빠르게 도입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병원 간 데이터 연계·활용 체계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결과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3법을 마련했고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의료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만들기 위한 정책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제도 토대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영역으로 분류되는 의료 데이터는 활용 논의가 시작될 때마다 규제와 우려에 가로막혔다. 그 사이 세계 시장에서는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 경쟁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의료 데이터는 단순 진료 기록이 아니다. 의료 AI, 정밀의료, 신약 개발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이다. IT·식품·유통·플랫폼 기업까지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이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제도로 '디지털 헬스케어법'이 거론되지만 논의 속도는 더디다.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하면서도 기업과 기관이 불안 없이 연구개발과 산업 활성화에 나설 수 있는 명확한 규칙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의료 데이터 경쟁력이 곧 의료 산업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금광을 갖고 있으면서도 캐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활용 체계를 만드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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