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노동시장… “집필 구인 30% 줄고, 업무에 복잡성 요구”[박재혁의 데이터로 보는 세상]

1 week ago 4

AI 도입 속도, PC-인터넷보다 빨라… 업무에 AI 활용 시 시간 절감 경험
주당 평균 5.4%의 업무시간 절약… 업무 효율성 높아지며 직업도 변화
단순-반복 직종의 구인 건수 감소… 한국, 도입-활용 생태계 조성해야

《생성형 AI 시대, 노동의 미래

중국 기업 딥시크가 내놓은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이 큰 화제를 모았다. 생성형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보니 우리의 직업과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두 가지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첫 번째 연구(연구①)는 18∼64세 미국인을 대상으로 지난해 8, 11월 설문조사를 해 생성형 AI의 업무 활용 현황과 이로 인한 시간 절감 효과를 분석했다. 응답자의 23%는 ‘지난 일주일 동안 적어도 한 번 이상 업무에 생성형 AI를 활용했다’고 답했고, 특히 9명 중 1명은 ‘매일 사용했다’고 답했다. 이는 업무에 생성형 AI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 도입 속도는 1980년대 중반 PC나 2000년대 초반의 인터넷 도입 속도보다 빠르다. 이는 생성형 AI의 접근성과 사용 편의성이 높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한 근로자들은 시간 절감 효과를 경험했다. 특히 지난 한 주 동안 생성형 AI를 사용한 응답자의 33.2%는 1시간 이내, 26.4%는 2시간을 절약했다고 답했다. 또 20%는 3시간, 20.4%는 4시간 이상 절감했다고 답했다. 매일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근로자의 경우 33.3%가 ‘4시간 이상 절약했다’고 응답해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시간 절감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생성형 AI 사용자는 평균적으로 주당 5.4%의 시간을 절약했다. 이는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주당 2시간 12분에 해당한다. 모든 근로자(미사용자 포함)로 확대하면 생성형 AI로 인해 전체 근로시간의 1.4%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두 번째 연구(연구②)는 글로벌 프리랜서 구인구직 플랫폼의 데이터를 활용해 생성형 AI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을 분석했다. 2021년 7월∼2023년 7월 게시된 138만 건 이상의 구인 공고를 분석한 결과 2022년 11월 챗GPT 공개 이후 8개월 동안 자동화 가능성이 높은 직종의 구인 공고는 수동 집약적 직종에 비해 20.9%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챗GPT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작문(―30.4%) △소프트웨어·앱·웹 개발(―20.6%) △엔지니어링(―10.4%) 분야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이는 생성형 AI가 글쓰기와 코딩, 자동화와 관련된 반복적인 업무를 대체하면서 프리랜서 시장의 수요 감소로 이어졌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또한 이미지 생성 AI 도구의 도입 이후 그래픽 디자인(―18.5%), 3차원(3D) 모델링(―15.6%) 관련 구인 공고가 줄어든 것을 발견했다. 이는 생성형 AI의 영향력이 텍스트 기반 작업 외에도 시각 콘텐츠 제작 영역까지 확장됐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발견이다. 흥미로운 점은 자동화 가능 직종의 구인 공고는 감소한 반면 살아남은 일자리에는 더 높은 복잡성을 요구하며 동시에 더 높은 임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는 생성형 AI가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인간은 보다 복잡하고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른 직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연구는 생성형 AI의 영향이 단순한 일자리 대체를 넘어 업무 효율성 향상과 새로운 기술 수요 창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 반복 업무는 AI로 대체될 수 있지만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 AI 도입과 더불어 직원들의 AI 활용 교육 및 훈련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AI 관련 교육 및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자들의 원활한 직업 전환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AI 기술 경쟁에서 미국, 중국 등 선도 국가에 비해 뒤처진 상황이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 격차를 줄이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기술 개발과 더불어 도입 및 활용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력해 AI 활용 측면에서 선도 국가가 되는 차별화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통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은 중요한 정책적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AI 인프라 구축과 모델 개발, 산업 전환 지원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AI 시대에도 정보기술(IT) 강국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연구①: Alexander Bick, Adam Blandin, and David J. Deming. “The Rapid Adoption of Generative AI.”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o. 32966 (2024)

연구②: Ozge Demirci, Jonas Hannane, and Xinrong Zhu. “Who is AI Replacing? The Impact of Generative AI on Online Freelancing Platforms.” Management Science (2025)


박재혁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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