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저작권-개인정보 활용에는 보상 필요[기고/최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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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
전셋집에 살아본 경험이 있다면 마치 자기 집인 것 같은 착각 섞인 애착으로 지내다가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 순간 남의 집에 살고 있었다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때를 알 것이다. 반대로 우리는 2년에 한 번씩 기업으로부터 앞서 동의했던 내 개인정보의 계속 사용 동의 여부를 문의 받게 될 때 기업이 활용하고 있는 개인정보가 원래 내 것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오픈AI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코퍼레이션(뉴스코프)에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5년간 2억5000만 달러(약 3400억 원)를 지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픈AI는 지난달 구글과도 연간 500만∼6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공개된 데이터를 무료로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던 국내외 AI 생태계에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게 됐다.

공개된 데이터를 합법적으로 이용하려면 저작권법의 ‘공정한 이용’ 조항과 개인정보보호법의 ‘정당한 이익’ 개념을 상호 보완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다. 이는 개인정보를 포함한 공개된 데이터 이용의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개념들은 저작권이나 개인정보 활용으로 인한 수익 배분 문제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데이터 소유권 논의까지 확장되지 않더라도 정보기술(IT) 솔루션이나 콘텐츠 분야가 AI 기업으로 수렴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에 따른 수익 분배에 대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최근까지 정부 기관이나 기업은 법률, 동의 등의 방식으로 정보주체로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한 이후 정보주체의 권리 측면보다는 수집 기관의 필요에 따라 활용해 왔다. 반면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 시행되는 ‘마이데이터’는 나의 데이터가 나를 위해 일하도록 하는 제도다. 개인정보 전송요구권 개념을 통해 정보주체의 요구에 따라서 흩어져 있던 개인정보를 원하는 곳으로 모으고 여기에서 데이터를 통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 확대와 AI 시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마이데이터라는 새로운 권리를 두고 정보주체의 자기결정권과 기업의 영업비밀 사이 충돌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유통, 통신 등의 분야에 마이데이터가 확산되면 기업의 영업비밀이 경쟁 기업으로 넘어가게 돼 기업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데이터라는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와 기업의 영업비밀 침해 우려는 상호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 기업의 우려는 전송항목 대상 등의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고 스타트업 등 새 비즈니스 창출 측면까지 같이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이 수집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요구에 따라서 이동시킨다는 마이데이터는 AI 시대에 데이터의 집중·독점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데이터 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AI 학습에 활용되는 공개된 데이터의 저작권과 마이데이터 도입과 관련해 개인정보가 포함된 공개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측에서 저작권자나 정보주체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오픈AI가 구글과 뉴스코프의 저작권이나 공개된 개인정보가 포함된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보상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과 마이데이터 논의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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