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어조 지수로 볼 때 취임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 50% 이상을 차지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 증시가 강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선호 심리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 4월 초 52선까지 급등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16선으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공포탐욕지수(FGI)도 극단적 공포 단계인 3에서 극단적 탐욕 단계인 78로 급등해 8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알고리즘이다. 조만간 FGI가 80에 도달하면 자동적으로 주식 매도 물량이 대거 나오며 주가가 급락하는 ‘제로 옵션발 폭락장’이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최근 월가에서 나도는 7월 위기설의 실체다. 2년 전에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경험한 터라 위기감이 의외로 증폭되고 있다.
SVB 사태가 재발할 것이냐를 예측하려면 FGI와 세부 항목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종전의 이론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투자 판단 지표로 주목받는 FGI는 일곱 가지 세부 항목으로 산출된다. 0에 가까워질수록 공포 정도가, 100에 근접할수록 탐욕 정도가 심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첫째, 현재 시장 상황을 판단하는 S&P500지수와 125일 이동평균선 간 이격도는 4월 초에는 0 근처까지 떨어져 미국 증시가 오랫동안 침체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 달리 5월부터 개선되기 시작해 이달 초에는 408선까지 치솟았다. 극단적인 탐욕 단계다.
둘째, 현 주가 수준의 모멘텀을 파악하는 52주 신저가 대비 신고가 비율은 나스닥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으로 평가한다. 이 비율이 높아질수록 주가가 과열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4월 말 극단적 공포 단계인 -10%까지 떨어진 이 비율은 이달 초에는 극단적 탐욕 단계인 1.78%로 급등했다.
셋째, 거래량과 관련해서는 매클레인지수(MVSI)로 평가한다. 이 지수는 하락 종목 대비 상승 종목 간 거래량 비율로, 4월 초 472에서 이달 초에는 1497로 급등했다. 일곱 가지 세부 항목 중에서는 개선되는 추세가 가장 빨라 로켓이 하늘로 솟을 때 속도에 비유해 ‘스카이로케팅’이란 용어까지 붙었다.
넷째, 주식 투자자 성향을 알 수 있는 VIX와 50일 이동평균치 간 격차는 (-)폭이 커지면 탐욕, (+)폭이 커지면 공포가 커짐을 시사한다. 상호관세 부과 직후인 4월 초 +26까지 치솟아 이러다간 미국 증시가 붕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확산했으나 이달 초 -16(중립)으로 전환됐다. 이달 안에 탐욕 단계인 -20 밑으로 떨어지느냐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다섯째, 시장 간 자금 흐름은 20거래일 동안 주식과 채권 수익률로 평가한다. 전자가 후자보다 커질수록 탐욕, 반대의 경우 공포 정도가 심해짐을 말한다. 지난달 들어 전자가 후자를 처음 앞서기 시작한 이후 이달 들어서는 극단적인 탐욕 단계에 진입했다. 채권에서 주식으로 그레이트 로테이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나머지 두 세부 항목인 5일간의 풋과 콜옵션 비율, 정크본드 수요도 극단적인 탐욕 단계에 들어섰다. FGI 세부 7개 항목 중 6개가 극단적 탐욕 단계에 진입했다. 현재 중립으로 평가되는 VIX와 50일 이동평균치 간 격차만 극단적 탐욕 단계에 들어가면 FGI는 제로 옵션이 발동되는 80에 들어선다.
이달 증시에서 SVB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설이 나도는 것도 이런 근거에서다. 미국 증시 낙관론이 만만치 않지만 오히려 차익을 실현하거나 다른 국가 증시와 균형을 찾아야 할 때다. 친증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는 한국 증시로 돌아오는 리플럭스(reflux)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