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만에 ‘서열 2위’ 복귀한 국방차관[횡설수설/김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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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차관의 부처 내 의전 서열은 아홉 번째였다. 다른 부처들처럼 장관 바로 다음이 차관이 아닌 것은 중간에 현역 군인 여러 명이 끼어 있어서다. 합참의장, 육·해·공군참모총장, 한미연합군사령관, 육군지상작전사령관, 2작전사령관이 2∼8위로 차관보다 서열이 높았다. 3월 31일 국무회의에서 그런 차관의 서열을 장관 바로 다음으로 올리는 군예식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현역 군인들을 모두 민간인 신분인 차관 아래에 두도록 한 것이다.

▷국방부에서 차관이 서열 2위로 되돌아가는 것은 무려 46년 만이다. 12·12 군사반란을 일으킨 신군부가 이듬해인 1980년 7월 국무총리훈령 157호를 공포하면서 군인들의 예우를 두 단계씩 올렸다. 장성급의 경우 3급이던 별 하나 준장을 1급 공무원으로 예우한다는 내용만 명시됐는데, 그보다 높은 별 넷인 대장은 장관급, 별 셋인 중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 신군부 세력에 대한 군 내부 반발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당근책’을 내세운 것이다.

▷복지 정책을 한번 만들면 없애기 쉽지 않은 것처럼, 군인 예우를 높인 157호 역시 그랬다. 노무현 정부 당시 폐지 시도가 있었지만 “군 사기가 꺾인다”는 반대가 거세 중단됐다. 그러는 사이 신군부의 잔재는 반세기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셈이다. 이명박 정부 때 경제관료 출신인 장수만 차관, 문재인 정부 당시 노무현 청와대 출신 서주석 차관처럼 ‘실세 국방차관’도 여럿 있었는데, 그들이 지휘한 현역 군인들보다 의전 서열이 아래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이번 차관의 서열 조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군에 대한 문민통제의 필요성이 다시 커진 상황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는 우선 5선 국회의원인 안규백 장관을 64년 만의 첫 문민 국방부 수장으로 임명했다. 그리고 직무 서열이 더 높은 차관이 의전 서열은 대장 7명보다 낮다는 불균형을 바로잡은 것이다.

▷선진국들은 군의 문민통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국방장관과 국방 부장관(한국의 차관)은 물론 육·해·공군 장관도 민간인이다. 특히 댄 드리스콜 육군장관과 존 펠런 해군장관은 월가 출신의 금융전문가다. 유럽의 경우 2014년 한 국제포럼에서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여성 국방장관 4명이 찍은 ‘셀카’가 문민통제를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현재도 유럽 여러 나라들이 군 경력이 없는 여성 장관을 꾸준히 임용하고 있다.

▷군의 문민통제는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됐다. 차관 서열의 회귀는 또 과거 군사정권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낸다는 의미가 있다. 군으로서도 이런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때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여야 군에 대한 신뢰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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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덕 논설위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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