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시드전을 뚫고 11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복귀한 조은채(31)가 국내 개막전 첫날부터 깜짝 활약을 펼쳤다.
조은채는 2일 경기 여주 더 시에나 벨루토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2026시즌 국내 개막전 더 시에나 오픈(우승상금 1억8000만원, 총상금 10억원)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2개를 묶어 3언더파 69타를 쳤다. 조은채는 대회 첫날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단독 선두로 나선 고지원(5언더파 67타)과는 2타 차다.
2014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조은채는 이듬해 처음 KLPGA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당시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10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후 지난 10년간 정규투어 출전 횟수가 7번에 불과할 정도로 오랜 무명 시절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척박한 드림(2부)투어에서도 골프채를 놓지 않았고, 마침내 지난해 11월 시드 순위전의 좁은 문을 통과하며 다시 정규투어에 입성했다.
오랜만에 정규투어로 복귀한 조은채는 지난달 태국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 리쥬란 챔피언십에서 커트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첫 대회에서의 충격이 오히려 약이 됐다. 조은채는 “당시에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이 커서 내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며 “이번 대회는 크게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국내 개막전을 앞두고 칼을 간 조은채는 같은 KH 골프단 소속 정한밀 등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들과 전지훈련을 소화하며 쇼트게임 감각을 끌어올렸다고 했다. 그는 “남자 선수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은 덕분에 그린 주변에서 클럽으로 공을 띄우거나 굴리는 세밀한 웨지샷 감각에 눈을 떴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장착한 무기를 앞세워 라운드 내내 안정적인 리듬을 유지한 조은채는 유일한 ‘옥에 티’였던 마지막 홀 실수에 대해서도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앞선 17개 홀에서 4타를 줄이며 선두권 경쟁의 기대를 부풀렸으나 9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 아쉽게 라운드를 마쳤다. 그는 “자신감이 과해 힘이 들어가면서 실수가 나왔다”면서도 “선두 경쟁의 압박감 속에서 나올 수 있는 실수를 미리 겪었다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조은채의 올 시즌 목표는 우선 생존이다. 나아가 매 대회 꾸준한 성적으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팬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했다. “시즌을 길게 보고 꾸준히 톱10에 진입해 리더보드 상단에서 경쟁하는 게 목표예요. 어렵게 돌아왔으니 최대한 윗물에서 놀고 싶어요.”
여주=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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