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위에서 챔프전까지…무명 감독과 소년가장이 합작한 소노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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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분석원 출신 '중고 신인 사령탑' 손창환 현미경 분석 빛나

정규리그 MVP 우뚝 선 이정현, 봄 농구 무대서도 해결사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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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하는 손창환 감독

(부산=연합뉴스) 강선배 기자 = 1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 부산 KCC와 고양 소노의 경기. 소노 손창환 감독이 판정에 항의하고 있다. 2026.5.10 sb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고양 소노가 아무도 예상 못 한 준우승을 이뤄내며 프로농구 2025-2026시즌을 '언더도그의 반란'으로 장식했다.

전신 고양 데이원의 재정난에 따른 혼란을 뒤로 하고 2023년 재창단된 신생팀 소노는 두 시즌 연속 8위에 그쳤다.

누가 봐도 약체였던 소노는 자유계약시장(FA)에서 전력 보강을 못한 채 2025-2026시즌을 시작했다.

안양 정관장과의 개막전 원정 경기에서 단 50점만 올린 채 19점 차 참패를 당했을 때만 해도 소노의 실패는 반복되는 것처럼 보였다.

10위에서 시즌을 시작해 하위권을 맴돌던 소노가 반등한 건 후반기 들어서였다.

이정현, 이재도 등 가드진을 앞세운 빠른 공격 전환과 외곽슛 중심의 '양궁 농구'가 무르익었다.

여기에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외국인 빅맨 네이던 나이트가 팀에 녹아들고 아시아 쿼터 케빈 켐바오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 보이면서 소노의 경기력은 제대로 상승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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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환 감독 지시

(고양=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고양 소노-부산 KCC 경기. 소노 손창환 감독이 지시하고 있다. 2026.5.7 kimb01@yna.co.kr

5∼6라운드에는 파죽의 10연승을 달렸다. 이때부터 창단 첫 '봄 농구'를 향한 기적의 드라마를 거침없이 써 내려가더니 5위로 6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PO의 소노는 한 단계 더 진화해 있었다.

'슈퍼팀'으로 불리는 6위 부산 KCC를 피하고 소노와 6강 PO를 치르기 위해 일부러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패했다는 의심을 받는 4위 서울 SK를 보기 좋게 3전 전승으로 격파했다.

흐름을 탄 소노는 4강에서는 1위 창원 LG마저 3승 무패로 돌려세웠다. 특히 1, 2차전에서는 후반에 각각 15점, 14점 차 열세를 뒤집는 기염을 토했다.

KCC와 챔프전에서는 비록 1승 4패로 물러났으나 3패로 몰려 있던 원정 4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이정현의 역전 결승 자유투를 앞세워 1점 차로 이기는 등 명승부를 펼쳐 보였다.

'준우승 동화'를 집필한 손창환 소노 감독의 농구 인생은 소노의 올 시즌보다 극적이다.

1999년 안양 SBS 입단 후 4시즌 통산 95분 58초를 뛰는 데 그친 무명 선수 출신은 손 감독은 은퇴 후 구단 홍보팀, 국내 1호 전력분석원, 코치를 거치며 잔뼈가 굵었다.

2022년 옮긴 고양 데이원이 재정난을 겪을 때는 공사장에서 단기 아르바이트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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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려하는 이정현

(고양=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7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고양 소노-부산 KCC 경기. 소노 이정현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2026.5.7 kimb01@yna.co.kr

산전수전을 겪고 2025년 4월 김태술 감독의 후임으로 소노 사령탑에 오른 그는 부임 첫 시즌에 스타 출신 전임자들도 이루지 못한 '봄 농구'와 챔프전 진출을 달성했다.

손 감독의 무기는 전력분석원 시절부터 다져진 '현미경 분석'이었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NBA든 미국 대학이든 유럽이든 닥치는 대로 본다. 큰 틀이나 동선을 참고하되 KBL에서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만 골라낸다"고 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던 그의 철학은 이재도, 임동섭, 강지훈, 이근준, 정희재 등이 돌아가며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는 깊은 선수층으로 구현됐다.

손 감독이 원하는 농구를 코트 위에서 그려낸 건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정현이었다.

2021년 소노 전신인 오리온 시절 데뷔해 한 팀에서만 뛰어온 이정현은 현재 팀에서 '스타'라 할 수 있는 유일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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슛하는 이정현

(고양=연합뉴스) 김병만 기자 = 7일 경기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고양 소노-부산 KCC 경기. 소노 이정현이 슛하고 있다. 2026.5.7 kimb01@yna.co.kr

일찍부터 주전을 꿰차고 소노를 지탱하다시피 해 '소년가장' 소리까지 들었던 그는 올 시즌 정규리그 49경기에서 평균 18.6점 5.2어시스트로 국내 선수 득점 1위에 올랐다.

이정현의 진가는 봄 농구에서 더욱 빛났다. 켐바오와 나이트도 꾸준히 득점해줬지만, 결정적 순간 해결사로 나선 선수는 늘 이정현이었다.

이정현은 PO와 챔피언결정전 11경기에서 팀 내 최다인 평균 17.7점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국내 프로농구에서 국내 선수가 포스트시즌 팀 득점 1위에 오른 건 흔치 않은 일이다.

ahs@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5월13일 21시09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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